“오너 일가”, “경영권 보호”, “주인 없는 기업"... 우리는 일상적으로 이런 표현들을 씁니다. 정치인도, 언론도, 학계도, 심지어 법률 전문가들조차도요.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놀라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 표현들 대부분은 우리 법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영권’은 실정법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상장회사에 오너가 있다’는 말도 법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상장회사는 자본시장에 주권을 공개한 이상, 그 지분율만큼 누구나 평등하게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주인 없는 기업’이란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오히려 현대 자본주의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소유 분산 구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산물입니다.
언어는 사고를 규정합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권리’가 존재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견제받아야 할 ‘의무’가 마치 보호받아야 할 권리처럼 포장됩니다. 그리고 그 언어는 곧 제도의 외피를 두르고 현실을 규정합니다.
이번 상법 개정에서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바꾼 것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표현 하나가 관행을 바꾸고, 법의 목적을 바로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에 없는 허상이 '상식'이 되는 상황,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