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충동의 태광산업 본사는 오래된 고등학교 건물을 그대로 사용 중입니다. 부산 금정구의 공장은 수십 년째 멈춰 있고, 수도권 요지의 골프장은 정·관계 인사들의 접대장으로 변했습니다. 부채는 거의 없지만, 자산은 놀 만큼 놀고 있습니다. 그 결과 태광산업의 PBR은 0.18배, 주주가치가 바닥에 깔린 기업이 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자, 기관투자자들은 가처분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이사의 경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전체 주주이지 개별 주주가 아니다.” 사법부는 또다시 경영판단의 자율성을 내세워,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눈감았습니다.
상법에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명시한 이유는 바로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입법은 살아 움직이지 못했고, 사법부의 벽 앞에서 다시 멈췄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원이 주주 보호에 이토록 소극적인 이유는 단순한 법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주식투자에 대한 편견, 자본시장에 대한 무지, 그리고 엘리트 사회 전반의 돈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깊숙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소영 의원이 말했듯, 자본시장을 바꾸는 시작은 거창한 개혁이 아니라 ‘투자에 대한 긍정적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사법부가 ‘주주’를 향해 휘두르는 해머링을 멈출 때입니다.
🔨 태광산업 교환사채 사건으로 보는 사법부의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