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사건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자사주를 KCC에 매각해 의결권을 부활시키고 우호지분을 확보한 일은 이후 오랫동안 ‘자사주의 마법’이라는 말로 회자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한 기업의 합병 문제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 사건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하나의 강력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자사주는 단순한 자본정책 수단이 아니라, 지배력을 강화하는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 것입니다.
이런 경험은 결국 제도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은 자사주 의무소각 등을 통해 그동안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자사주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시장의 행태가 곧바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규제가 등장하면 이를 우회하려는 새로운 전략도 함께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삼성물산 합병 사건이 남긴 교훈에서 출발해, 3차 상법 개정이 자사주와 기업지배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